잠들기 전 아이가 "엄마는 아빠랑 놀으라고 하잖아"라고 말했을 때,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바빴을 뿐인데 그 말이 아이에게는 상처로 남아 있었던 것 같아서요. 5살짜리가 하루 종일 엄마만 찾는 건 떼쓰는 게 아니라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애착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걸 알고 나서도 막막하긴 했지만, 적어도 아이를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왜 아빠 놔두고 엄마만 찾을까 — 애착행동의 실체저도 처음엔 단순히 '버릇이 잘못 든 건가?' 싶었습니다. 아빠가 바로 옆에 있는데 굳이 저를 찾아와 "엄마 이것 봐", "엄마 이건 뭐야?"를 반복하는 게 솔직히 지칠 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버릇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3~5세 아이들은 인지·언어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원 후에도 같이 있고, 밥도 같이 먹고, 주말에도 함께 붙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5살이 된 아이와 지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같이 있는 시간과 진짜 단둘이 마주 보는 시간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요.하루 종일 같이 있었는데, 왜 모르는 게 이렇게 많을까요제가 처음 이 사실을 느낀 건 아이에게 "오늘 유치원에서 뭐 했어?"라고 물었을 때였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몰라" 아니면 "그냥 놀았어"였고, 저는 그게 그냥 아이의 성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밤, 불을 끄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을 때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엄마, 오늘 OO이가 나한테 이랬어." 낮에는 그렇게 물어봐도 나오지 않던 이..
낯가림이 심한 아이의 절반 이상은 기질적으로 '느린 적응형(slow-to-warm-up)'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위안이 됐습니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아이라는 뜻이니까요. 외출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던 시절을 지나, 지금 5살이 된 아이를 보며 낯가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왔는지 정리해봤습니다.기질 이해 — 낯가림은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저희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낯선 장소나 사람을 굉장히 힘들어했습니다. 마트에 갔다가 아이가 너무 울어서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온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때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다른 집 아이들은 이러지 않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그러다 기질(temperame..
4~5세 아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나 귀신을 "있다"고 믿는 시기입니다. 저희 아이도 유치원에 적응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엄마, 거기 드라큘라 나와"라고 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말이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었더라고요.아이가 갑자기 괴물 이야기를 꺼낸 날저희 아이는 원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남들보다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5살에 처음 유치원을 시작했을 때도 한참을 울고, 버티고, 겨우 적응했어요. 그래서 이제 좀 괜찮아졌다 싶었을 때 저도 마음을 놓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부터 "유치원 가기 싫어"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너무 멀어서"라고 하더니, 다음에는 "거기 괴물 나와", 그다음에는 드라큘라, 귀신, 유령까지 등장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