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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같은 아파트 친구 아이가 뒤집기를 하는 날 집에 와서 혼자 한숨을 쉬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왜 아직일까, 혹시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그 불안이 얼마나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였는지는 아이가 직접 알려줬습니다. 대근육 발달이 느리다고 걱정했던 그 아이가, 나중엔 또래 중에서 가장 먼저 걸었거든요.
초보 엄마가 비교의 늪에 빠지는 이유
첫째를 키울 때는 육아책보다 옆집 아이가 더 무서웠습니다. 같은 달에 태어난 아이들끼리 한자리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분산됐습니다. 누구는 이미 앉고, 누구는 기고, 우리 아이는 아직 뒤집기도 불안정하고. 정보를 나누려고 뭉쳤던 육아 동지들이 어느 순간 비교의 기준점이 돼버렸습니다.
제 아이는 언어 발달과 소근육 발달은 또래보다 빠른 편이었습니다. 소근육 발달이란 손가락이나 손목처럼 작은 근육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물건 집기나 그림 그리기 같은 세밀한 동작과 연결됩니다. 반면 대근육 발달, 즉 몸통이나 팔다리의 큰 근육을 쓰는 뒤집기·앉기·걷기 같은 동작은 또래보다 조금 늦게 나타났습니다.
그때는 느린 쪽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빠른 쪽은 당연하게 여기고, 늦는 쪽은 불안의 재료로 삼았던 거죠. 직접 겪어보니 이게 얼마나 편향된 시선이었는지, 아이가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신기했던 건 그다음 순서였습니다. 혼자 앉기를 겨우 해내자마자 우리 아이는 기지도 않고 일어서려고 종일 낑낑거렸습니다. 기는 단계를 건너뛰고 일어섰고, 결국 그 또래 아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두 발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발달은 한 방향으로 일직선을 긋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발달 이정표, 기준이지 경쟁표가 아닙니다
발달 이정표(developmental milestones)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게 정확한 기준선인 줄 알았습니다. 여기서 발달 이정표란, 대부분의 아이가 특정 나이 무렵에 할 수 있게 되는 행동들을 정리해 놓은 관찰 기준을 말합니다. "몇 개월이면 앉고, 몇 개월이면 걷는다"는 식의 숫자가 마치 시험 점수처럼 느껴졌던 게 솔직한 제 경험입니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Developmental Milestones에 따르면, 발달 이정표는 아이가 놀이, 학습, 언어, 행동, 움직임 등 여러 영역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도구입니다. 모든 아이가 같은 날짜에 같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발달이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것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우리 아이는 치아도 비교적 일찍 올라왔는데, 당시엔 치아가 늦게 나는 편이 더 좋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어떤 발달이든 빠르고 느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좋고 나쁨을 나누기가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성장하면서 필요한 능력을 자신의 순서에 맞게 익혀가고 있는가였습니다.
발달 영역을 구분해서 보면 이렇습니다.
- 대근육 발달: 뒤집기, 앉기, 기기, 걷기처럼 몸 전체를 쓰는 움직임
- 소근육 발달: 손가락으로 물건 집기, 그림 그리기처럼 세밀한 조작 능력
- 언어 발달: 옹알이부터 단어, 문장으로 이어지는 표현과 이해 능력
- 인지 발달: 사물을 탐색하고 기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 능력
- 사회·정서 발달: 타인과 눈을 맞추고 감정을 나누는 관계 형성 능력
한 영역이 조금 느리다고 해서 전체 발달이 지연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제 아이처럼 대근육이 느리고 언어가 빠른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래와 비교하기 전에, 아이가 이전 달보다 무엇을 새로 할 수 있게 됐는지를 먼저 보는 게 훨씬 의미 있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전문가 상담, 기다리는 것보다 빠릅니다
아이 친구 중에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눈에 띄게 느린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엄마는 "좀 있으면 되겠지"라고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발달센터를 찾아 언어치료사와 상담을 시작했고, 몇 달 뒤에 그 아이는 또래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모든 아이가 같은 속도로 변하진 않겠지만, 제가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일찍 움직이는 게 손해가 아니라는 것.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oncerned About Your Child's Development? 에서도 발달이 걱정된다면 발달 이정표를 먼저 확인하고,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상담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전에 할 수 있던 능력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특정 시기에 기대되는 행동이 보이지 않을 때는 막연히 기다리지 말고 전문가 확인을 권합니다.
발달 스크리닝(developmental screening)이라는 절차가 있습니다. 여기서 발달 스크리닝이란 아이의 발달 상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짧은 검사로, 소아청소년과 정기 검진 때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이 보일 때만 받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발달을 앞당기는 게 아닙니다. 아이가 충분히 움직이고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말을 걸고 반응하며 놀이하는 환경을 일상에서 꾸려주는 것. 그리고 뭔가 마음에 걸릴 때 혼자 고민을 끌어안고 있지 않는 것. 제가 육아를 하면서 가장 늦게 배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도움을 청하는 것도 육아의 기술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또래보다 걷기가 늦으면 발달 지연인가요?
A. 걷기 시작 시기는 아이마다 꽤 폭이 넓습니다. 제 아이도 앉기는 늦었지만 걷기는 빨랐는데, 대근육 발달 하나만으로 전체 발달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15~16개월이 넘어서도 걸음마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Q. 말이 느린 아이, 좀 더 기다려도 될까요?
A. "남자아이는 원래 말이 늦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말만 믿고 기다리다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실제로 봤습니다. 24개월이 넘어서도 의미 있는 단어가 거의 없거나, 이전에 하던 말을 잃었다면 언어치료사나 발달 전문의 상담을 먼저 받아보는 걸 권합니다.
Q. 발달 이정표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A.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Developmental Milestones' 페이지에서 월령별로 정리된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정기 건강검진 때 발달 스크리닝을 함께 진행하므로, 정기 검진을 빠뜨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아이 발달을 자극하려면 어떤 놀이가 좋은가요?
A. 거창한 교구보다 일상적인 상호작용이 훨씬 큰 자극이 됩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아이가 뭔가를 집으려 할 때 기다려주고, 말을 걸 때 눈을 맞추며 반응해 주는 것만으로도 언어와 인지 발달에 자연스러운 자극이 됐습니다. 아이가 탐색하려는 행동을 막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결론
지금도 아이를 키우는 자리에서 비교의 유혹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다른 아이가 무엇을 먼저 했는지보다, 우리 아이가 어제보다 무엇을 새로 할 수 있게 됐는지를 먼저 보게 됐습니다. 그 변화 하나가 육아의 무게를 꽤 많이 줄여줬습니다.
발달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고, 영역 마다도 다릅니다. 빠른 쪽을 당연하게 여기고 느린 쪽만 불안의 재료로 삼는 건 공평한 시선이 아니라는 걸 제 아이가 직접 가르쳐줬습니다. 걱정이 된다면 발달 이정표를 확인하고,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소아청소년과나 발달 전문가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 기다리는 것보다 빠르고,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참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Developmental Milestones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Developmental Monitoring and Screening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oncerned About Your Child's Development?

